Heterotopia

3월. 일하기 싫고 생존신고도 할 겸 2020년 결산을 늦게나마 해본다. 헤테로토피아는 다름 아닌 이곳이다. 길을 걷다 사진(사유)을 찍게 만드는 그 순간이다. 볕이 든다…

“류이치 사카모토의 앨범 Async – Remodels를 가리키며… 인간(인간이라 지칭한 나)이 궁극적으로 원하는 것은 이것이다. 인칭과 보편을 넘어선 특이성들의 지형. 자신을 넘어선 의미와 자유. 순환과 메아리. 그 속에서 일어나는 효과와 사건들. 이를 3인칭의 시점으로 바라보고 싶어한다. 정동 이후의 리모델링. 사후약방문. 자기참조적 제살 파먹기. 타자를 가장한 자기강화. 자기강화는 자신의 차이를 보편으로 덮는 것이다. 어쨌거나 살아가야 하기 때문이다. 창작행위는 내적 사고의 상징을 리모델링하여 도구화하는 과정인지도 모른다. 사변적 실재화. 답정나.”

“차이에 보편성을 부여 일반화하면서 벽은 계속해서 하얗고 두꺼워진다. 그것은 늘 더럽고 깨끗한 현재다. 표현 또는 발언은 일종의 재영토화. 하나의 프레임이 된 것이다. 건축을 공부할 당시 우습게 여겼던 것이 하나 있다. 바로 미로(Maze)다. 어떤 의미에선 발견 또는 깨달음만큼 의심 없이 폭력적인 것이 없다. 너무 자주 깨닫는 것이다.”

“십자 형태의 미로에 서서… 나는 이곳에서 그가 완전히 길을 잃었으면 좋겠다. 다시금 제 길을 찾기 위해서. 무에서 의지와 식상이 발현되기를 바라면서.”

“2점 투시는 그 자체로 1점 투시를 지양하고 있다. 투시도 자체는 하나의 의지가 되어야 한다.”

“하늘에 소실점을 가리키며… 들뢰즈의 주름은 보이는 화면 뒤 업데이트의 작동기제이다. 보편을 특수성으로 정의하고, 다시 특수성에서 보편으로의 변이. 연속된 테제의 물결이다. 중요한 것은 물결의 적층 없이 돈오나 발전은 없다는 것이다. 내게 진리는 이것 하나다.”

“무얼 하든 행복은 자율적 행함과 나아감에 있다. 그런 자세로 타자를 맞이해야 하는 것이다.”

“건축 자체를 부정할 생각은 없다. 난 피난처로서의 쉘터. 진선미로 진실에 충실하길 바란다. 생각보다 인간은 볼품 없는 존재이기 때문이다. 실재적 진실와 주관적 진실의 경계는 건축을 떠나서 늘 우리 곁에 도사리고 있다. 그럼에도 불안정성의 진실이 예술의 궁극임을 인정하는 바이며, 이를 최소한의 건축적 장치로서 구현하고 싶다. 그런 의미에서 안도나 캄포바에자의 작업이 얼마나 직관적인지 다시금 놀라게 된다.”

“삶은 프레임의 연속이다. 자신의 형이상을 풀어야지 한 글자로 줄여서는 곤란하다. 생은 여전히 길고 시간은 많다. 아주 많다.”

“아집을 끝내 아집으로써 보고자 하는 정신이 시(Poetry)이다. 소외를 자신의 색과 의지로 소내하는 것이다. 처음부터 끝까지.”

“다양성 결여의 장에서 타자와 대자를 논하는 것은 넌센스다. 통일을 꿈꾸는 것은 알고 보면 외로워 세력을 만들고자 함이다. 야당이 없다는 점에서 정치보다 못한다. 정공법은 삶을 응시하고 버티는 것이다. 김연자의 아모르파티가 구슬프게 들리는 이유다. 인생은 지금이야. 아모르파티. 타자는 그만큼 역겨운 것이다. 하지만 함께해야 하는 것이다.”

“시와 그림은 동일하다. 자신도 모르게 지어낸 미로에 들어가 빠져 나오는 일장의 형식으로서 말이다. 형이상을 울부짖는 모든 아우성들을 뒤로한 채 가장 날것의 어려운 길은 단연 예술가다. 왜냐 모든 언어를 처음부터 끝까지 어떤 레퍼런스도 무용하게 본인이 선택해야 하기 때문이다. 죽고 살기를 반복하다 보면 사변적 실재가 자신의 전부임을 깨닫게 된다. 내가 예술을 사랑하는 이유는 창의성이 아니라, 이런 연유의 화개성이다. 유희는 얼만큼 부려도 좋다.”

“묘사는 어느덧 진술이 되어 버림으로 모든 재현은 불순하고 왜곡되어 있다. 그럼에도 내재된 명제와 의도에 의해 직선적인 방향성을 띄게 된다. 아니, 쓰다 보니 연결성을 알게되는 것이다. 나는 이승훈과 황인찬 사이를 본다. 어떤 상황에서도 나는 무언가를 동일시하는 기계임을 잊어선 안된다.”

“진수영, 정수민, 김오키 너무 좋다… 재즈계의 BTS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