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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들어가면 나가는 문이 있다. 그것은 서로 엉켜버린 다리. 머물고 싶은 방. 그는 망설이며 제자리를 돌기만 한다. 바닥의 물결. 그는 눈을 감고 백지 위에 절망의 늪이라 쓴다. 안팎으로 중첩된 조명. 달리는 창 밖으로 너는 나의 코를 막는다. 구르지 못해 끌려가는 굴렁쇠. 그 속에 불투명한 시선. 고양이 네로. 그는 노란 외투를 입고. 양손에 지팡이와 해바라기를 휘두르며. 너의 다음 거리 가늠하고. 지나가는 모든 것을 먹인다. 죽어라 하얀 비석 되라고. <골목>, 2016